제 748 호 대학까지 번진 사교육 과열 실태, 문제와 해결책은?
2024년 초·중·고교 학생의 총 사교육비가 약 29조 2000억 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초·중·고생의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약 47만 4000원에 달한다. 지난 1년 사이 학생 수는 8만명이 줄었으나 사교육비 총액은 2조원이 더 늘어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07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코로나 시기에 잠시 위축되었던 사교육비는 최근 4년간 연속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대학가까지 퍼진 사교육 열풍
대학생 1인당 평균 사교육비 역시 증가하고 있다. 취업난 속에서 사교육의 범위는 어학, 코딩 자격증은 물론 취업을 위한 면접 학원까지 확대되고 있다. 지난 2월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취업 준비’를 하는 청년은 43만 4천 명으로 나타났으며, 이 중 정규 교육기관 외의 학원이나 기관을 다니는 경우는 11만 8천 명으로 집계되었다.
공무원·로스쿨·의치약 입시 시장이 확대되며 수능을 재도전하는 학생들의 재수종합학원, 독학재수 학원 등의 사교육비 역시 만만치 않다. 학원비로는 수강료 외에도 자습실 이용료, 교재비 등의 크고 작은 비용이 추가된다. 대형 입시 학원은 수강료만으로 1년 기준 약 1,500만~2,500만 원이 들어간다. 종합 학원의 경우 월 약 100만~250만 원, 독학 학원은 월 50만~150만 원 정도가 필요하다.
▲ 사교육비 증가 실태. (사진: 경향신문 https://www.khan.co.kr/article/202503131200001 )
조기 교육 경쟁의 과열
‘4세 고시’, ‘7세 고시’, ‘황소 고시’. 이 세 가지는 모두 유명 학원 입학을 위해 어린 나이에 치르는 시험으로, 영어유치원에 보내기 위한 ‘4세 고시’와 유명 영어학원 입학을 위한 ‘7세 고시’ ,선행 심화 학습 전문 수학학원, ‘생각하는 황소’에 보내기 위한 ‘황소 고시’ 등 유아 교육 과정의 거대 관문들이다. 학원 입학시험 대비를 위한 학원 수강이 필요할 정도로 준비 과정이 어렵기 때문에 ‘고시’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교육부·통계청이 지난 13일 공개한 2024 유아 사교육비 시험조사 주요 결과를 보면 지난해 7~9월 3개월간 유아 172만 1000명의 사교육비 지출 총액은 약 8154억 원을 기록했다. 특히 유아 대상 영어학원에 쓰이는 비용은 월평균 154만 원으로, 연간으로 계산하면 사립대 등록금의 2.4배에 달했다. 어린 나이부터 시작된 선행 학습으로 인한 유아 및 초등학생의 학습 스트레스 역시 크게 우려된다. 어린 시절의 학업 스트레스는 뇌 발달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는데, 특히 4~7살은 전두엽 특정 부위들과의 연결망이 형성되는 시기로, 이때 연결망이 과다하게 자극받게 되면 제대로 된 뇌 발달이 어렵다.
▲과목별 유아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 (사진: 뉴스1 https://www.news1.kr/society/education/5718062 )
학부모들의 조기 사교육이 개개인의 선택이 아닌 사회 구조적 문제로 인식되는 분위기가 확산 중이다. 코미디언 이수지의 유튜브 채널 ‘핫이슈지’에 올라온 휴먼 페이크 다큐 ‘자식이 좋다’는 사교육 과열에 대한 이러한 비판적 시각을 반영한다. 영상에서 4살 아이의 엄마인 ‘제이미 맘’ 이소담씨는 4살 아이를 위한 과외와 학원 등하원 라이딩, 학원 원어민 선생님과의 통화 등을 통해 자녀의 사교육을 밀착지원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일명 ‘대치맘’을 패러디한 유튜브 콘텐츠, ‘자식이 좋다’ (사진: 유튜브 ‘핫이슈지’ https://youtu.be/1XpyBBHTRhk?si=-9Tg_t2Gvf-XSBSQ )
사교육비 과열, 해결방법은
사교육비 증가의 주요 원인은 대입 경쟁 심화와 조기 교육 대물림, 사교육 시장 확장 등이다. 공교육만으로 원하는 수준의 교육을 받을 수 없다는 부모들의 불안감으로 인하여 사교육의 악순환은 지속되고, 입시 제도가 바뀌어도 입시 경쟁은 날이 갈수록 심해진다. 최근 사교육의 수요는 취업, 자격증, 공무원 시험 등의 목적으로 대학생까지 확대되고 있다. 유아 대상 사교육 프로그램은 영어 유치원에 더해 여러 과목 선행 학습과 사고력 교육 등으로 다양화되고 있다.
몇몇 고소득층을 제외하고, 사교육비는 가계에 큰 부담을 지운다. 가계 소비에서 사교육비의 비중의 증가로 인한 부담은 출산율 저하에도 영향을 미쳤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 16일 “한국의 학문적 경쟁이 6세 미만의 절반을 입시 학원으로 몰아넣고 있다”라며 한국의 유아 사교육 실태와 그로인한 부정적인 측면을 보도했다. 아동·청소년·대학생까지 확산된 학업 스트레스 문제는 단순한 개인의 노력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러제도적인 차원에서의 정부 차원의 개입이 필요한 상황에 이르렀다. 지나친 사교육비 문제는 교육계와 정치계에서 이미 여러 번 지적한 문제이지만, 별다른 법적 장치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 현재 전국 시도교육청에서 시행중인 학원 심야 교습시간 제한은 공교육 보호와 학생 건강권 보장, 사교육비 절감을 목적으로 도입되었지만, 단속을 피해 학원을 늦게까지 운영하거나, 지역별 제한 시간이 다르다는 점을 이용해 교습시간이 더 긴 지역으로 이동하여 수업을 듣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정부는 공교육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고, 사교육비 경감 정책의 마련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또한 과도한 경쟁을 부추기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의 해결 역시 필요하다.
이은탁 기자